[육동환의 골프이야기] 샷 이글 양희영, LPGA 최종전 우승

양희영, 13번 홀 이글샷으로 하타오타‧앨리슨 리 따돌려
이번 시즌 고진영, 유해란 등에 이어 한국 선수 5승째
최종전 우승한 세 번째 한국 선수로 최고령선수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3.12.11 16:04 의견 0

무려, 한화26억 원(200만 달러) 샷 이글이 정교한 샷을 앞세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3시즌 최종전에서 양희영이 미국본토에서 첫 우승 했다.

최종전 하타오카와의 한일전 맞대결에서 여유 있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시즌 한국 선수가 달성한 시즌 5승째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 고진영(2승), 유해란, 김효주에 이어 양희영이 피날레를 장식하며 5승을 합작했다.

양희영은 11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타를 줄였다.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친 양희영은 2019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 이후 4년 9개월 만에 통산 5승을 달성했다.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앨리슨 리(미국·이상 합계 24언더파 264타) 모두 물오른 양희영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태국(3승)과 한국(1승)에서 열린 LPGA 대회에서 우승했던 양희영은 처음으로 미국본토에서 열린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200만 달러(약 25억 9300만 원)도 받았다. 또한, 양희영은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이 대회에서는 고진영이 2021년과 2020년, 김세영이 2019년에 우승했다. 하타오카와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양희영은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1개로 한 타를 줄였다. 반면 하타오카는 버디 2개로 2타를 줄이며 전반을 마쳐 양희영이 1타 뒤진 2위에서 추격하는 양상이 됐다.

시즌이 종료되면서 각종 타이틀의 주인공도 결정됐다. 올 시즌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올리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릴리아 부(미국)는 마지막 대회를 4위(21언더파 267타)로 마무리하며 생애 처음 상금왕과 함께 올해의 선수가 됐다. 14언더파 274타, 공동 13위로 마친 김효주는 시즌 평균 최저타수(베어트로피) 부문에서 경쟁했으나 아타야 티띠꾼(태국)에게 아쉽게 넘겨줬다.

호주에서 골프 유학을 한 양희영은 아마추어 시절에는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2006년에는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ANZ 마스터스에서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하는 진기록을 썼다. 당시 미국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미셸 위가 돌풍을 일으킬 때여서 양희영은 ‘남반구의 미셸 위’로 불렸다.

아마추어 시절 프로 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보인 양희영은 프로가 돼서는 기대만큼 많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08년 LPGA 투어로 데뷔했지만, 첫 우승까지는 5년이 걸려 2013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했다. 그 뒤 2015년과 2017년 그리고 2019년까지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세 차례 더 우승했다. 2년 주기로 우승을 추가해온 양희영은 이후 4년 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에겐 힘든 시기였다.

양희영은 “한때는 선수 생활의 우여곡절을 겪었고, 최근에는 부상으로 더욱 그랬다.”며 “(다시 우승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고, 나에게는 많은 것을 의미하는 우승이다. 코치를 비롯한 스태프들 덕분에 제가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로골퍼로 투어 활동을 해온 양희영은 늘 성적에 대한 고민으로 자신과 싸움을 이어왔다. 2019년 우승 뒤에는 “2014년 말부터 성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골프를 멀리했고, 결국 투어 활동마저 중단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골프뿐’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성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놨다.

힘든 시간을 보낸 양희영은 2015년과 2017년 그리고 2019년 우승했지만, 그 뒤 다시 성적 부진에 시달렸다. 2019년 상금 랭킹 17위까지 올랐으나 2020년 66위, 2021년 37위 그리고 지난해 5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우승으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그는 “성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곧 내 커리어가 끝날 것으로 생각했고,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며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웃었다.

그의 긍정 마인드는 이날 경기 때 쓰고 나온 모자에서도 발견했다.

투어 활동 16년차인 양희영은 올해 후원사를 찾지 못해 기업의 로고가 없는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빈자리에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그려 넣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양희영은 “올해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는데 모자를 공백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소 모양을 수로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공에도 같은 모양을 그려 경기 중에 사용하고 있다.

1989년생으로 양희영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꿈을 꾸고 열심히 하라.”는 소감도 덧붙였다.

최종전이 끝나면서 이번 시즌 각종 타이틀의 주인공도 모두 가려졌다.

올 시즌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둔 릴리아 부(미국)는 이번 대회에서도 4위(21언더파 267타)에 올라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까지 모두 차지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타수상(베어트로피)을 놓고 경쟁했으나 아타야 티띠꾼(태국)에게 밀려 아쉽게 역전하지 못했다. 김효주는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13위, 티띠꾼은 공동 5위(20언더파 268타)로 대회를 마쳤다.

앞서 유해란은 일찌감치 신인왕을 확정해 2019년 이정은 이후 4년 만에 한국 신인왕의 계보를 이었다.

양희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5승을 합작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고진영이 HSBC 위민스 챔피언십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2승을 거뒀고, 유해란(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 김효주(어센던트 LPGA 베네피팅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양희영이 이번 대회에서 1승씩 보탰다.

골프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롱홀에서 2온에 1퍼트로 이글을 기록하는 상황을 가끔 봤지만, 미들홀에서 세컨 샷이 백스핀으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처음 봐 짜릿했다.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 올해 만34세인 양희영은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최고령 선수로 샷 이글의 기록을 유지하여 미국에서 첫 우승을 축하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과 같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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