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자연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숲, 화담숲

소천 정무영 승인 2023.12.12 14:27 의견 0

화담숲은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척윗로 278-1에 위치한 생태수목원이다. LG상록재단이 2006년 4월에 수목원 조성 승인을 받아 2007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였다. 2010년에 임시 개장하였다가 수목의 생태적 안정을 위해 2013년에 정식으로 개장하였다. 우리 숲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165,265㎡(약 5만 평) 대지에 4천3백여 종의 국내외 자생 및 도입식물을 16개의 테마원으로 조성했다. 화담숲의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로, 화담숲은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생태 공간을 지향한다. 우리 숲의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였고, 자연을 사랑하는 누구나 편히 찾을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생태공간으로 꾸몄다. 또한 자연의 지형과 식생을 최대한 보존하여 조성된 덕분에, 노고봉의 계곡과 능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수목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산책을 하고 싶어도 몸이 불편해 트래킹 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등을 위해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편안히 자연을 감상하여 힐링할 수 있도록 5km의 숲속 산책길 전 구간을 경사가 완만한 길로 조성하여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테마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끼원’을 비롯해 1,000여 그루의 하얀 자작나무가 펼쳐진 ‘자작나무 숲/소망 돌탑’, 명품 분재 250점을 전시하고 있는 ‘분재원’ 등이 있으며 국내 최다 품종인 480여 종의 단풍나무를 비롯해 우리 숲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화담숲은 생물종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함께 국내에 자생하는 멸종 위기종인 반딧불이, 원앙이 등의 생태복원을 위한 서식환경을 연구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복원 노력 덕분에 화담숲 곳곳에서는 우리에게 친근한 도롱뇽, 고슴도치, 다람쥐 등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 밖에 민물고기 생태관과 곤충체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화담숲은 쾌적하고 여유로운 관람을 위해 시간대별 입장 정원에 따른 100%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아이도 함께 편히 관람할 수 있는 모노레일 탑승 또한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보다 편리한 관람이 가능하다.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숲 화담숲에 가보고 싶어서 단풍 소식이 들리자마자 화담숲 예약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한다. 벌써 부지런하신 분들이 단풍시즌 주말예약을 모두 완료하여 취소표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2~3주를 매일 확인해도 주말예약을 못 해 안내산악회를 따라 주중에 다녀오기로 하고 맘 설레며 방문일을 기다린다. 10월 하순 아직 단풍은 이른 듯하다. 주말 예약이 되면 모노레일도 함께 예약하여 올라가는 길은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길은 걸어서 내려올 요량이었는데 온라인 예약을 못 해서 걸어 올라가고 걸어서 내려오기로 한다. 10시 조금 넘어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화담숲은 음식물과 껍질 있는 과일 소지가 금지다. 우리는 친구가 간식으로 샌드위치를 준비해 와서 괜찮겠지 하는 맘으로 가방에 하나씩 넣고 쭈뼛쭈뼛 입구로 향한다. 규칙에 예외는 없었다. 음식물은 소지가 안 된다 하여 바로 입구에서 고생하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입장한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화담숲’ 이름표를 붙인 소나무가 맞이 한다. 소나무를 지나 바로 오르면 모노레일 정거장이 나오고 왼쪽으로 오르면 바로 이끼원으로 진입한다. 이끼가 파랗다. 가을답지 않은 신선한 느낌이다. 걸어 오르는 길 곁으로 가끔씩 모노레일이 지나간다. 모노레일을 못 타서 아쉬움 가득하지만 걸어 올라가는 길이 너무 멋져서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더 좋았다. 자작나무숲을 다 오르면 오름길은 거의 마지막이다. 쉼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울긋불긋 부족한 듯 가을빛을 뽐내는 단풍 사이로 가을을 바라본다. 가을뿐 아니라 봄에도 여름에도 걷기 좋은 숲길이다. 하하호호 오고 가시는 모두가 웃음 가득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출발하면 바로 소나무정원으로 들어간다. 역시 우리 정서에는 소나무가 좋다. 시원시원하고 바위와 계곡물과 어우러진 소나무가 멋지다. 소나무정원을 내려오면 분재원으로 이어지고 귀한 분재들을 지나면 국화 향기 가득하고 울긋불긋 국화가 행복을 안겨준다, 이른듯한 단풍보다 더 크게 팔을 벌려 안아준다. 참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 구 회장님의 여유로운 걸음걸이를 공감한다. 전통담장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서면 무궁화동산과 추억의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며 자연생태관을 지나 내려오면 파전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작은 호수 옆으로 ‘번지 없는 주막’에 들러 파전과 막걸리로 화담숲의 정담을 마무리한다.

이끼원

이끼는 풀과 나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식물이다. 지구상에 1억 5천여 종이 있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국내 최대규모인 화담숲 이끼원에는 솔이끼, 서리이끼, 비꼬리이끼 등 30여 종의 이끼류가 살고 있다. 이른 아침 이끼원을 거닐다 보면 신비스러운 자연 원시림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철쭉 진달래길

다른 식물의 잎이 채 나기도 전에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와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철쭉진달래원은 화담숲의 봄을 대표하는 정원이다. 진달래는 예로부터 구황식물, 화전이나 약술의 재료로 그 쓰임새가 많아 ‘참꽃’이라 불렀다. 반면 꽃 색은 비슷하나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 했다. 꽃이 핀 다음 잎이 나는 진달래와는 달리 철쭉은 잎이 난 후 꽃이 피는 차이가 있다.

탐매원

사군자 중의 하나인 매화는 이른 봄 가장 빨리 피는 꽃 중의 하나로 흰색 꽃과 은은한 향기로 봄을 알려주는 나무이다. 예로부터 ‘탐매’라 하여 옛 선비들은 매화 핀 풍경을 찾아다녔다. 탐매원은 매화나무를 비롯하여 서부해당화, 수사해당화, 사과나무와 수선화, 구절초 등의 꽃들이 어우러진 곳으로 꽃뿐만 아니라 탐스런 열매도 감상할 수 있는 정원이다.

자작나무 숲

하얗고 곧게 뻗은 2,00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이색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곳. 봄에는 노란색 수선화가 어우러지고 여름이면 싱그러운 초록의 잎과 푸른 하늘이 더해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가을이면 보랏빛의 맥문동과 어우러져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연출하는 정원이다. 나무가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자작나무에서 추출된 자일리톨은 껌의 원료로 사용되어 그 쓰임새도 좋은 나무다.

양치식물원

양치식물이란 잎의 모양이 양의 이빨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흔히 고사리류라고 불리는 식물이다. 대형 고사리류 중 관상 가치가 있는 관중, 청나래고사리, 고비 등이 자라고 있는 이곳은 천연 자연림 아래에 조성되었다. 또한, 화담숲에서 새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곳으로 약 30여 종의 새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오감을 통해 숲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이다.

소나무정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중의 하나인 소나무가 주인공인 정원. 국내 최대규모의 소나무정원으로 전국에서 수집된 명품 소나무 1,300그루가 식재되어 있다.

암석, 하경정원

자연 암석군이 자리한 곳으로 정원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분재원

나무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예술작품인 분재를 전시한 정원이다. 고목의 운치와 예술적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다양한 분재 약 550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담장길

우리나라에서 ‘차경’이라 하여 집 앞의 담장은 낮게 하여 먼 산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집 뒤의 구릉지는 ‘화계’라 하여 계단식으로 화단을 만들고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었다. 전통담장길에서는 궁궐, 양반댁, 서민들의 집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양과 문양의 담장들과 화계에 식재된 다양한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정원이다.

색채원

계절별로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가진 초화류들을 볼 수 있는 정원이다.

수국원

화담숲 조성 시 가장 먼저 조성된 정원으로 산수국, 나무수국, 큰잎수국, 미국수국 등 60여 종이 자라고 있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산사면 아래로 펼쳐진 7만여 그루의 산수국군락은 푸른 물결을 이루고 흰색, 분홍색의 수국류들은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잊기에 충분하다. 수국은 땅의 성질에 따라서 꽃 색이 변하는데 산성에서는 파란색, 염기성일 때는 분홍색을 띤다. 종에 따라서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짜 꽃을 만들기도 한다.

반딧불이원

도심의 불빛이 늘어 가는 만큼 일명 ‘개똥벌레’로 불리며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는 희귀 곤충이 되었다. 반딧불이원은 ‘애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으로 계곡물을 올리고 반딧불이 유충과 그 먹이인 토종 다슬기가 살 수 있도록 서식환경을 조성하였다. 그 결과 매년 6월이면 계곡 주변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추억의 정원

옛 고향의 정취와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된 정원으로 70년대 시장풍경, 산골풍경, 전통놀이, 전통혼례 등을 도자기 인형으로 구현해 놓은 곳이다.

무궁화동산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화담숲 무궁화동산에서는 연암, 한희, 화랑, 화합, 소원, 난파 등 2,500여 그루의 다양한 무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자연생태관

우리의 산하에서 사라져가는 토종민물고기, 곤충 등을 전시한 정원으로 지켜야 하는 우리 생물자원의 소중함을 알리고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희귀동물 중의 하나인 원앙과 남생이를 복원하기 위한 서식지도 마련되어 있다. 색채원에서는 계절별로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추억이 있는 정원에서는 노래, 문학, 속담 등과 관련된 향수 어린 수목을 감상할 수 있다. 옥상정원에 위치한 온실에는 나비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나비화원이 있다. 산책로에는 다양한 우리나라의 새에 대해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는데 화담숲에서 만날 수 있는 뻐꾸기, 박새 등 25종류의 새에 대한 설명이 있다.

화담 구본무(1945~2018)

“내가 죽은 뒤라도 ‘그 사람이 이 숲만큼은 참 잘 만들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여기 화담숲을 만들고 가꾼 故 구본무 회장은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인간과 자연을 대했다. LG상록재단의 설립자로서 2018년 5월 어느 날 한 줌의 흙이 되어 숲으로 돌아갈 때까지 20여 년 동안 그가 추구해온 가치는 한마디로 ‘생명존중’이었다. 그는 하늘을 자유롭게 아는 새를 사랑했고, 맑은 강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를 사랑했으며, 기상과 기품이 넘치는 소나무를 좋아했고, 계곡의 밤을 빛으로 수놓는 반딧불이를 좋아했다. 그래서 병들어가는 산림을 회복하고 멸종되어가는 동식물을 되살려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맑고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故 구본무 회장의 아호 화담(和談)은 ‘마음을 터놓고 정담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러한 화담의 마음을 이 숲 곳곳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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