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노인은 사회의 짐인가? 힘인가?

이창기 교수 승인 2024.02.06 16:31 의견 0

요즘 정치의 계절에 노인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오래 전에 유력 정치인이 ‘노인들은 투표장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을 했다가 엄청난 반발을 샀고 그 당은 큰 손실을 입었었다. 최근에도 야당 비대위원장이 ‘노인세대의 잘못된 투표가 미래세대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노인회장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또한 여당 비대위원이 ‘노인들은 빨리 죽어야 한다.’고 했던 과거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사퇴를 하고 비대위원장은 노인회장에게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이번에는 이준석 개혁신당대표가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해 노인회장의 커다란 반발을 샀다. 그동안 혜택을 누리던 노인들은 분노와 더불어 우리가 사회의 짐이 되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고 있다. 노인회장은 지하철적자가 노인의 무임승차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일부 노인들은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기껏 먹고 살게 해주었더니 이젠 뒤통수를 친다고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인들의 반발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노인인구가 고작 3% 정도였던 시절에 설계된 정책이기 때문에 20%에 육박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폐지하고 대안으로 연 12만 원의 교통비를 보조하겠다고 나섰다. 더구나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소도시나 농촌의 노인들에 대한 형평성문제까지 꺼내 들었다. 사실 노인들의 지하철무임승차 논쟁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서울의 경우 2022년 기준 3,152억 원 적자가 발생했다고 하고 전국적으로는 8,159억이라고 하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본래 이 비용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버스무임승차연령은 75세부터 매년 한 살씩 내리고 도시철도는 65세부터 매년 한 살씩 올려서 2028년부터는 70세 이상으로 통일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홍준표 시장이 자신의 선거에 매우 불리한 정책이지만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노인의 지하철무임승차가 우리 사회에 짐이 되느냐의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움직여서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무료이다 보니 노인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서 정신적으로 고독감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서 의료비부담이 줄어드니 사회 전체적으로 플러스라는 이야기다. 또한 선진국이라는 OECD국가 중 노인소득빈곤율이 2021년도 기준 37.7%로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노인들의 빈곤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작년부터 노인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선배노인들보다는 노후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선배노인들은 오로지 자식농사에 올인하다 보니 막상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놓지 못하고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추운 거리에서 노부부가 함께 폐지를 주워서 살아가는 광경들을 목도할 때 저분들이 우리의 부모님이거나 할아버지, 할머니라 생각하면 얼마나 서글픈 생각이 드는가? 노인들은 4고로 힘든 노후를 보낸다고 한다. 경제고, 병고, 고독고, 무위고가 그것인데 경제적인 어려움 못지않게 외롭고 할 일 없는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이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노인이 사회에 힘이 될 수 있다. 과거에 나라발전을 위해서 피와 땀을 흘려온 분들에 대해 노후를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고 사회적으로 유대감을 갖게 만들어 드리기 위해 우리 정부와 사회가 함께 손을 맞잡고 역할분담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연령을 70세로 점차 상향하더라도 지하철 적자는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맞다. 그래야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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