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계룡산” 구름위에 둥둥, 상고대가 핀 명품계룡에서 새해 첫 해를 품는다

소천 정무영 승인 2024.02.13 14:01 의견 0

계룡산(846.5m)은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차령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어 가다가 금강의 침식으로 허리가 잘리면서 분리되어 형성된 잔구이다. 지리산에서 뻗어 나온 한 갈래의 산줄기가 덕유산에서 다시 갈라져 300리를 거슬러 올라와, 공주 동쪽에서 반달 모양으로 휘감아 돈 형세를 이루고 있다. 차령산맥 중에서도 비교적 험난한 이 산은 유연히 흐르는 금강의 풍치와 어울려 독특한 산악 경관을 이루고 있다. 산의 이름은 최고봉인 천황봉(天皇峯, 846.5m)에서 쌀개봉(828m), 연천봉(連天峯, 739m), 문필봉(文筆峰, 796m), 관음봉(觀音峰, 766m), 잔연성릉, 삼불봉(三佛峯, 775m), 수정봉(水晶峰, 662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계룡산 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임금봉(553m), 형제봉(520m), 장군봉(將軍峰, 410m), 도덕봉(道德峰, 524m) 등 크고 작은 20여 개의 봉우리들이 연봉을 이루며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시, 논산시와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다. 이들 주요 봉우리 사이의 7개 골짜기에서 발원한 노성천(魯城川), 구곡천(九曲川), 용수천(龍水川), 갑천(甲川) 등이 금강으로 흘러든다.

계룡산은 풍수지리에서 우리나라 4대 명산으로 꼽아 일찍이 조선왕조가 이 산 기슭에 도읍터를 고려해 보기도 하였다. 또한 ‘정감록’에 피난지의 하나로 적혀 있는데 이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때 수많은 신흥종교, 또는 유사종교들이 성하였으나 지금은 정리가 되었다. 이른바 ‘신라5악’ 중 서악으로 제를 올려 왔다. 조선 시대에는 묘향산의 상악단, 지리산의 하악단과 함께 이 산에 중악단(신원사)을 설치하고 봄가을에 산신제를 올렸다.

계룡산은 봄철의 춘산백화(春山百花), 여름철의 녹음방초, 가을철의 만산홍엽, 겨울철의 심계백설(深溪白雪) 등 철마다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은 용문(龍門)과 은선(隱仙)의 두 폭포를 이루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1964년 우리나라의 8대 관광지를 인기 투표하였을 때 계룡산은 제5위를 차지할 만큼 손꼽히는 명승지로서, 1968년 12월 31일자로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의 국립공원이 되었다 계룡산에는 백제 문화의 유적과 대찰, 그리고 명승지가 많아 역사 관광 또는 자연 관광지로서 좋은 조건을 많이 갖추고 있다. 산의 모습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골짜기마다 푸른 늪이 있고, 시원한 폭포가 있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또, 세 곳의 큰 절이 동학사는 동쪽에, 갑사는 서북쪽에, 그리고 신원사는 서남쪽에 알맞게 배치되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계룡산 안에는 지정 문화재가 15점, 비지정 문화재가 13점이 있고, 크고 작은 사찰이 22개소나 있다. 자연경관으로는 산봉우리가 15개, 계곡이 7곳, 폭포가 3곳, 이름난 암굴도 5곳이나 된다.


새해 첫 해를 가슴에 품는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명품 계룡산행을 시작한지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는 듯하다. 기억에 결혼하던 해 1월1일 인생을 출발하는 마음으로 함께 올라 남매탑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고 아름다운 인생을 약속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네다섯 번쯤 다른 산으로 일출 산행을 한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첫 산행을 계룡에서 시작하고, 한 해의 마지막 산행을 계룡에서 마무리하며 한해를 돌아보곤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룡에서 멋진 해를 본 기억이 없어 올해는 멋진 해를 기대하며 계룡을 찾아간다. 이른 새벽 아직 깜깜한데 눈 내린 주차장에 차들이 벌써 빼곡하다. 평소 주로 오르는 코스보다 남매탑으로 바로 오르는 천정골로 눈이 쌓인 산길을 걸어 들어간다. 멀리 가까이 뒤로 앞으로 손전등 불빛이 한 줄로 이어져 산을 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저마다의 소망과 기도가 느껴진다.


해마다 마지막 산행 때가 되면 첫날 남매탑에 오르는 산객들에게 상원암에서 떡국을 끓여주곤 하는데 그때 사용할 식재료를 조금씩 상원암까지 운반을 부탁 받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은 못 본 듯하다. 무 몇 개만 올려다 드려도 큰일을 한 듯 뿌듯해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조심조심 지난주 내린 눈으로 미끄러운 돌길을 올라 남매탑에 도착한다. 벌써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상원암 마당이 좁아 보인다. 올해는 떡국 대신 컵라면을 나누어 주신다. 두 손 모아 합장으로 감사를 표하고 해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국물로 추위를 녹이고 암자 처마 끝 모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멀리 남매탑사이로 붉게 산그리메가 물들어 온다. 어둠과 밝음 사이, 밤과 낯 사이 지난 한해가 영화처럼 기억에 흐르고 올해 소망을 떠올려본다. 주차장을 출발할 때는 운무가 가득하여 걱정했는데 산에 오르니 운무가 발아래로 내려 앉아 구름바다 위를 항해하는 듯 황홀하다. 그런 생각도 잠시 점점 붉어지던 마루금에 빼꼼 새해 새 빛이 올라오니 모두 함성과 감탄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정말 아름다운 태양이 운무 위에 둥둥 떠 있는 마루금 위로 순식간에 떠오른다. 가슴이 뛰고 눈이 부시고 벅찬 기대가 몰려들어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하다. 떠오른 해를 등지고 남매탑에 초를 밝히고 삼불봉으로 올라간다. 해마다 십수 차례 계룡을 오르는데 올해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멋진 해를 맞이하고 오른 계룡의 능선이 온통 상고대로 얼음꽃이 피어있고 구름바다위에 떠있는 계룡의 자연성릉이 절경이다. 이렇게 하루에 멋진 해와 상고대와 운무에 떠있는 계룡의 장관을 맞이하기는 처음인 듯하다. 손 시린 것도 잊은 채 배터리가 다 소모될 때까지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못하며 관음봉까지 행복을 누린다. 관음봉에서 내려다보이는 광경이 신비롭다. 내가 30년을 오르던 그 계룡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황홀하다. 어느 방향으로 눈을 돌려도 장관이다. 2024년 모두 계룡의 정기로 건강하시고 온 세상이 행복하기를 소망하면서 은선폭포를 거쳐 동학사로 내려와 새해 첫 산행 일출산행을 마무리 한다.

계룡팔경

제1경은 천황봉의 일출로 계룡산의 최고봉이다(출입금지지역).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에 그림 같은 조망이 펼쳐진다. 특히, 아침에 보는 해돋이는 너무도 장엄하여 가히 첫 손가락을 꼽을 만한 장관이다. 제2경은 삼불봉의 설화(雪花)로, 삼불봉은 세 부처님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 나무숲에 눈이 쌓이면 신비로운 경관을 이룬다. 제3경은 연천봉의 낙조로, 산 높이로는 계룡산 중 여섯 번째이지만 산 모양이 준수하기로는 으뜸이다. 연천봉의 지는 해는 천황봉의 일출과 쌍벽을 이루는 장관이다. 제4경은 관음봉의 한운(閑雲)으로 관음정에 누워 한가로이 떠다니는 흰 구름을 바라보면 세상사가 한낱 물거품과 같다 한다. 여기서 쌀개봉으로 이어진 철쭉 길은 관음봉의 자랑이다.. 제5경은 동학계곡의 신록으로, 학바위 앞에서 관음봉 고개까지 3.5㎞에 이르는 계룡산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흔히 ‘춘 동학, 추 갑사’라 하는데, 이 계곡의 울창한 숲에 신록이 돋아나면 온 산에 생기가 약동한다. 제6경은 갑사계곡의 단풍으로 계룡산 단풍은 널리 알려진 가경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갑사를 싸안고 오리숲에서 금잔디고개에 이르는 갑사구곡의 단풍은 마치 불타는 듯하여 가을 계룡의 으뜸가는 경관이다. 제7경은 은선폭포의 운무(雲霧)로 동학사 계곡을 거슬러 오르다가 약 20m 높이에서 내리 쏟아지는 물줄기는 동학계곡의 유일한 폭포이기도 하다. 폭포 앞의 기암절벽은 자연경관의 극치이고,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쌀개봉의 위용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옛날에 신선이 숨어 살았다 해서 이 이름이 생겼다 한다. 제8경은 오뉘탑의 명월로 오뉘탑은 남매탑이라고도 하나 제대로의 이름은 청량사지쌍탑(淸凉寺址雙塔)이다. 삼불봉의 기슭에 있는 이 탑은 둘이 한 쌍을 이루는데, 큰 탑은 화강석조의 7층탑으로 상륜부는 결실되었고, 작은 탑은 원래 5층탑이었으나 4층까지만 남아 있다. 이들 탑에 얽힌 의남매전설을 생각하면 숲 사이로 쏟아지는 달빛은 신비감에 젖게 한다.


남매탑(오뉘탑)의 전설

동학사에서 갑사로 가는 도중의 청량사(淸凉寺) 터에는 남매탑(男妹塔)이라는 두 개의 탑이 있는데, 7층탑을 오라비탑이라 하고 5층탑을 오누이탑이라 하여 합해서 남매탑으로 불린다. 이 탑들은 고려 시대에 세워졌다고 전하나, 백제 석탑양식으로 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얽혀 있다.백제의 왕족 하나가 이곳에 와서 수도하고 있을 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호랑이를 구해주었더니, 호랑이는 며칠 뒤 예쁜 처녀 하나를 업어왔다. 왕족은 그 처녀를 고이 돌려보냈으나, 그 부모가 딸을 다른 데로 시집보낼 수 없다 하고 다시 왕족에게로 보냈다. 왕족은 하는 수 없이 누이로 맞이하여 남매가 함께 수도하여 마침내 성도하였다. 그들이 죽은 뒤 몸에서 많은 사리가 나와 사람들이 이 탑을 세워 오누이를 공양하였다고 한다.


추천코스

■ 장군봉~연천봉 종주코스 (12km, 5시간 30분~6시간)
병사골탐방지원센터 → 장군봉 → 임금봉 → 신선봉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연천봉 → 신원사탐방지원센터

■ 동학사코스 - 봄, 여름, 가을, 겨울 (10km, 3시간 30분~4시간)
천정골탐방지원센터 → 남매탑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 신원사코스 - 여름 (9km, 3시간 30분~4시간)
신원사탐방지원센터 → 신원사 → 연천봉삼거리 → 관음봉 → 연천봉삼거리 → 연천봉 → 신원사

■ 갑사코스 – 가을 (8km, 3시간~3시간 30분)
갑사탐방지원센터 → 갑사 → 연천봉삼거리 → 관음봉 → 자연성릉 → 삼불봉 → 금잔디고개 → 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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