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사회에 힘이 되는 노인의 자세

이창기 교수 승인 2024.03.06 16:28 의견 0

지난 칼럼에서 ‘노인은 사회에 짐인가? 힘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노인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던 현재 사회에 짐이 되지 않고 힘이 되어 주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 노인이 행복하면 가족에게 기쁨이고 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저명한 여론조사기관에서 노년의 행복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경제문제가 최우선순위가 아닐까 짐작했는데 의외로 건강, 시간, 신용, 재능, 경제 순이었다. 경제문제는 중요도에서 다섯 번째였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후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세대다. 그래서 선진국 노인빈곤율에서 한국은 부끄럽게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조사결과는 경제가 아니고 건강이라니 현실적인 선택 같기도 하고 경제문제를 드러내 놓고 강조하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돈 문제를 앞세우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독일의 문호 괴테는 노인의 삶을 네 개의 상실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면서 건강, 일, 친구, 꿈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건강은 노인에게 전부나 다름없다. 노인이 건강을 잃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활동에 제약을 주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의료비지출 등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옛말에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크게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잘 걷고 잘 자고 잘 푸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잘 푼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정신건강이 노인에게 중요한데 정신건강이 육체건강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두뇌활동을 멈추지 말고, 스트레스를 즉시 해소하고, 개방적 성격과 가치관을 가지며, 유머감각을 지녀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한다. 둘째로 시간을 행복의 조건으로 들었는데 그만큼 노년의 시간은 빠르기 때문에 시간을 마디게 써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젊어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지만 노년이 되면 60대에는 시속 60km, 70대에는 시속 70km로 달린다고 하지 않던가. 따라서 100세 시대라고 여유부리지 말고 여생이 몇 년인가를 늘 생각하면서 시간을 마디게 써야 한다. 셋째로 사람이 신용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정직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노인에게는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을 것이니 외롭게 살아가야 한다. 재물은 다시 가질 수 있지만 신용을 잃으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로 자신의 재능을 잘 찾아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달란트를 선물로 주셨다. 어떤 사람은 노래의 달란트를, 다른 사람에게는 남을 위로하는 힘을 주는 등 누구나 봉사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또는 재능을 발굴하고 기르기 위해 평생교육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평생교육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으니 이 또한 외로움을 탈피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끝으로 머니 머니해도 돈이 중요하다. 노년에 돈이 없으면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고 손자, 손녀에게 용돈을 주기도 힘들다. 돈이 많아도 지키기 힘들어 고민하고 너무 없어도 불편해서 힘드니 적당히 경제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적당히’라는 말이 무척 어려운 건 사실이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친구들에게 점심 한 그릇 사 줄 여유가 있고 손자, 손녀들에게 적은 용돈이라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부자들의 공통점은 남에게 밥 사주는 것도 인색하고 자신과 가족에게도 인색하다. 살아서 주변에 잘 베풀고 남는 돈은 절반은 가족에게, 절반은 사회에 기부하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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