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 칼럼] 30년 후, 대전과 금산의 미래를 생각한다

김호택 승인 2024.03.06 16:54 의견 0

서울로 떠난 지 30년 만에 유턴해서 금산에 소아과 의원을 개설했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넘었다. 화학적으로도 금산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되던 1999년부터 지역의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섯 분의 충남도지사를 만났다. 이 분들 중에 금산에 애정을 갖지 않은 분은 한 분도 없었다.

심대평 지사는 항상 차 뒤에 인삼주를 싣고 다니며 홍보해 주시던 일등 홍보대사였고, 이완구 지사는 당신 할아버지께서 홍주의병장으로 참전해서 칠백의총에 묻혀 계신다며 애정을 보여 주었다. 안희정 지사는 당신의 역점사업인 삼농정책의 책임자로 현재 박범인 금산군수를 농정국장으로 발탁하였다.

양승조 지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금산을 방문해서 현안을 챙겨 준다는 말이 돌 정도로 금산에 관심을 보여 주었고, 김태흠 지사는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해 주기 위해 남부출장소를 금산에 설치할 정도로 지역 현안을 챙기고 있다.

모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했고, 지역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원하는 현안은 이뤄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훌륭한 충남도지사들이 오랫동안 금산에 애정을 갖고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었지만 지난 30년 간 금산의 인구는 반토막 났다. 인구 5만을 지키기 위해 박범인 군수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산이 인삼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0년일 거라고 생각한다.’던 김행기 전 금산군수의 예언은 현실이 되어 지역 경제는 매우 힘들다.

이완구 지사는 ‘북쪽(천안/아산)에 가면 입이 벌어지는데, 남쪽만 내려오면 머리가 아프다. 무엇으로 먹여살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니...’ 라고 했다.

급변하는 세상을 예상하지 못하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며 살았던 금산의 지도자들과 주민들 책임이 가장 클 것이고 금산은 그 대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다시 30년이 흐른 뒤의 금산의 모습은 어떨까? 이대로라면 아마도 인구 2만 5천의 농촌이지 않을까?

이렇게 온도 올라가는 냄비 속에서 목욕을 즐기는 개구리의 신세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요즘 정치권에서 이슈로 떠오른 메가시티에 길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충청권 메가시티는 아마 내 생전에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드니, 대전과의 통합이 현실적인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1963년에 금산의 지역 선배들이 전라북도에서 충청남도로 가게 해달라고 청원했을 때 그 분들이 원한 것은 ‘충남’이 아닌 ‘대전’으로의 접근이었다. 전주는 길도 험하고 거리도 70km나 되지만 대전은 30km 밖에 되지 않으면서 교류가 활발하니 대전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대전이 직할시, 광역시 되면서 금산은 충남에 남았고, 충남도청이 내포로 이전하면서 더욱 외로워졌다.

대전도 세종시로 인구를 빼앗기면서 150만 인구가 무너졌다. 어느 도시연구가는 30년 후 대도시로 남아 있을 곳은 서울, 세종, 그리고 부산뿐이라고 했다.

대전도 고민이 많다고 한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도하려 해도 부지 마련이 어렵다고 들었다. 금산은 대전보다 면적이 더 넓다. 인구는 대전의 1/30이다.

만약 통합이 된다면 과연 대전과 금산은 좋아질까? 누구도 확답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30년 전에 시도했던 지역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1995년에 대전과 광주를 제외한 광역시들이 농촌 지역을 하나씩 품었다.

30년이 거의 지난 지금, 그 동네를 보자. 섬 지역인 강화와 옹진은 큰 변화가 없다.

인천으로서는 가만히 있어도 인구가 늘어나는 수도권이라서인지 그 지역을 별로 활용하지 않은 것 같다.

대구시 달성군은 인구가 12만에서 26만으로 늘었다. 달성군 구지면은 면적의 거의 반이 국가산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대구시가 계획한 프로젝트를 면적 넓은 달성군에 몰아준 덕분이다.

대구시도 인구가 줄고 있다. 1995년 대비, 11만명이 줄었다. 그렇지만 달성군의 14만명 인구 증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은 멸치와 미역밖에 없던 어촌 마을이었지만 개발을 위한 면적이 부족했던 관광도시 부산이 새로운 인프라를 모두 기장으로 유치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아난티를 비롯한 휴양시설, 관광단지, 과학관, 롯데월드 등이 기장으로 들어오면서 어촌 마을 기장도 천지개벽했다.

부산도 인구 소멸 위험 대도시 1위인 지역이지만 기장군의 발전에서 큰 힘을 받고 있다.

기장군 인구가 1995년 7만에서 작년 기준, 17만으로 늘어났다.

울산시 울주군은 각종 교육시설을 비롯한 많은 시설들이 입주하면서 10개 읍면 중 면 5개, 읍 5개인 동네가 울주군이다.

금산이 가야 할 길도 달성/기장/울주의 방향이라야 한다.

대전이 가야 할 길도 대구/부산/울산의 방향이라야 한다.

대전에서도 대덕연구단지를 확장해서 제2 연구단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항공우주단지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금산이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 충남 금산은 15개 시군 중 하나일 뿐이지만 대전시 금산은 대전의 유일한 농촌이 될 것이니 금산이 신선한 농산물의 주요 공급처가 될 수 있다.

KAIST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이 사양화를 걱정하고 있는 금산인삼의 현대화를 위해 힘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고, 광역교통망도 쉽게 개설될 수 있다.

대전과 금산은 서로 윈-윈할 수 있다.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이 있다. 이 분들의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 오해는 풀고, 소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전 동구와 대덕구가 금산보다 인구가 훨씬 많지만 예산은 더 적다는 주장은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니다. 예산의 용처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산이 대전과 통합되면 농촌으로서 받는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대전시 <금산군>이 된다면 농촌으로서 받는 농업과 관련된 지원은 전혀 변함이 없다는 확답을 행정공무원들에게서 받았다.

만약 대전시 <금산구>로 통합이라면 나부터 나서서 반대할 것이다.

금산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대전시 <금산군>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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