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골프이야기] 스윙 자세가 엉성한 골퍼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4.03.08 15:07 의견 0

교과서처럼 좋은 스윙을 가진 골퍼의 플레이는 대개 미스샷 없이 견실하다. 그러나 엉성한 장애인 같은 스윙폼에도 그만의 특기는 숨어 있어 시원찮은 스윙이라고 상대방을 얕보았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게 골프다.

싱글골퍼인 김 사장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스윙폼 때문에 원정경기에서 그가 전반 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가자 다음 홀 티에서 캐디가 “골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분인 줄 알았어요. 처음 티샷하시는 것 보고는 오늘 고생깨나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김 사장이 18홀을 싱글 스코어로 끝내자 캐디는 “그런 비정상 스윙으로 싱글 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며 감탄했다.

그의 스윙은 교과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백스윙을 크게 하지만 스윙아크는 매끄럽지 않고 뒤틀려 있고 상체의 스웨이도 심해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데다가 임팩트 후 고개를 드는 나쁜 습관에 폴로스루도 짧은 편이다.

이런 엉성한 스윙 때문에 그는 실내골프장에서 연습할 때 주위로부터 수모와 많은 시련을 겪었다.

골프깨나 친다는 사람들은 그의 스윙을 지켜본 뒤 부탁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스윙 자세를 교정하러 드는 친절을 베풀어 “골프채를 잡은 지 한 달 안에 스윙을 제대로 굳히지 않으면 평생 고생합니다.”라며 왕초보로 대하는가 하면 “100타를 언제 깼습니까?”라고 묻는 실례를 범하기도 한다.

심지어 골프를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여자들도 핸디캡 없이 스크래치 내기 골프를 제의할 정도로 샷 내용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드라이버샷은 200야드를 넘기 어려워 파온의 확률은 30%도 안 된 김 사장이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는 것은 정교한 어프로치 샷과 2퍼트 이내로 홀컵에 홀인 하는 퍼팅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스윙 자세가 좋은 이사장이 파온 시켜놓고 퍼팅을 기다리고 있는데 김 사장 3온 어프로치 샷이 홀컵에 붙어 이사장이 파온 시킨 뒤 3퍼팅을 기록하여 오히려 보기를 하기 십상이다.

애초에 자신의 스윙 자세가 구제 불능이란 것을 깨달은 그는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승부 내지 않으면 아예 골프채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피나는 연습으로 어프로치와 퍼팅을 주 무기로 개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덤빈 사람들은 십중팔구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골프에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격언은 철칙이 아니다. 오히려 결점이 많은 골퍼는 그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남이 갖지 않은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는데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점투성이의 골퍼이면서도 골프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와 실력이 있어 깔보면 큰코다친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 날씨가 따뜻해져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햇볕을 쬐면서 필드에서 골프 스윙 교정을 위해 연습하면 시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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