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비겁한 동일성

당시 선조가 망명했더라면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4.03.08 15:11 의견 0

한반도(韓半島)는 아시아 대륙의 동북쪽 끝에 있는 반도를 말한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하며, 제주도 등 우리나라 국토의 전역을 포함한다. 면적은 22만 1336㎢이며 ‘남북한’을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예부터 한반도를 국제관계에서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해왔다. 일본이 임진왜란(1592년)을 도발하면서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였다. 임진왜란은 한반도와 대륙을 향한 해양세력의 등장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정명가도(征明假道)란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최종목표는 명나라 정복이었다. 이후 서구 문물을 재빨리 받아들여 국력을 더욱 키운 일본은 일단 조선을 독점하기 위해 청일전쟁(1894년)을 일으켜 조선을 중국에서 분리했다.

나아가 러일전쟁(1904년)을 통해 러시아의 조선에 대한 욕망을 단념시킨 후엔 조선을 합병했다. 이어서 중국 본토에 대한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만주를 차지하여 괴뢰국인 만주국을 수립(1932년)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공략하여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을 형성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대륙침략은 조선(한반도)이라는 교두보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는 광해군에게 분조(分朝, 조정을 나눔)를 결정한 뒤 도성과 백성을 버리고 몽진(蒙塵)을 결정했다. 그 뒤 명나라로 망명까지 하려 했다.

이에 분개한 당시 영의정 류성룡은 “왕이 우리 땅 밖으로 한 걸음만 떠나면 조선은 우리 땅이 되지 않습니다.”라며 극구 반대했다. 당시 선조가 망명했더라면 과연 어떤 사달이 빚어졌을까!

세월이 더 흘러 1950년에 김일성은 소련과 중공의 독재자를 꼬드겨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이후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으로 반전의 계기를 도모한다. 내처 북진을 시작하여 전황이 불리해지자 당황한 김일성은 자기 가족을 만주로 도피시켰다.

여기서 선조와 김일성의 비겁한 동일성(同一性)을 발견하게 된다. 선조는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망명하려 했고, 김일성은 자신이 벌인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쳐서 얼추 초토화가 된 한반도에서 가족을 빼고자 했던 것이다.

역대 최악의 통치자였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일부 좌파 학자와 정치인들은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도 모자라 반미까지 외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들이 더욱 웃기고 가증스러운 것은 정작 자신은 그리 처신하면서도 자신의 자녀는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따위의 양두구육(羊頭狗肉) 행태까지 보였다는 점이다.

국민(인민)보다 가족이 먼저였던 또 다른 양두구육의 주인공이었던 김일성의 손자가 지금 북한에서 독재자로 세습(世襲)되어 우리를 향해 여전히 겁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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