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의 신화를 낳은 혁신가 난(卵)가공업의 전설, 행복담기 주식회사 이기용 회장

김경희 작가 승인 2024.04.04 15:00 의견 0

“견뎌야 됩니다.” 공명으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나지막이 파고드는 힘에 가속도가 붙었던 이기용 회장의 한 줄 성공원칙이다. 이 회장의 너털웃음은 지난 시간의 수고가 쌓여 천이를 이룬 결정체다. ‘출근하고 싶은 회사’ 행복담기(주)의 슬로건이 이기용 회장의 너털웃음과 많이 닮아 있었다.

행복담기(주) 이기용 회장

편의점과 휴게소의 훈제와 구운 계란 코너를 석권하며 난(卵)가공식품을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로까지 보급중인 중견기업, 행복을 담을 큰 그릇 행복담기(주).

이 회장의 호탕한 웃음이 결과를 낸 자의 여유를 짐작하게 만들지만 40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서류가방은 스크래치로 얼룩져 지난 시간을 대변하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시간들이 모여 ‘행복담기’는 이루어졌다.

이 회장 사업의 연혁이 33년을 넘었다. 그의 연령이 중년의 깊은 곳에 머물렀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가 월요일 저녁 9시에 비보잉 클럽에서 배운 날렵한 춤 동작 하나를 선보인다. 그에게서 인생의 절정이 ‘지금’임을 읽을 수 있었다.

행복담기(주) 이기용 회장

부레 없는 상어처럼 쉼 없는 날들이 쌓였다. 자기혐오에 빠져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보기도 했다. 과거의 스쳐지나가는 해프닝이라고 일축할 수 없는 그 순간들이 모여 행복담기 이기용 회장을 만들었다.

견고하다고 영원한 것은 아니며 ‘헛수고’와 ‘부질없음’이 유의어가 아님을 그의 궤적을 통해 한 번 더 인식한다. 시행착오가 인생의 공수표가 아니며 일각을 이루는 자양분이 된다는 이치가 대중들에게 희망 한 줌 더해준다.

행복담기(주) 옥천 공장

편의점과 휴게소의 노른자 자리를 꿰찬 훈제란

훈제란은 편의점과 휴게소에서 계산대에 가장 많이 올라가는 각광받는 아이템이다. 그 훈제란의 최대 공급처인 행복담기(주). 훈제란은 참나무로 훈연되어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생산시설은 가정집 주방만큼 청결한 상태로 유지되어 견학자들에게 소리 없이 믿음을 주고 있다. 난(卵)가공식품의 효시라고 칭할 수 있는 맥반석 계란 또한 이기용 회장이 세상에 내놓았다.

삶은 계란에 익숙했던 우리 입맛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와 먹거리 문화의 한 축을 맡은 기수가 되었다. 난(卵)가공업계의 기린아로 성장하며 시장 점유율이라는 산술적인 거대한 숫자보다 먹거리 문화의 혁신으로 가치를 더 부여하게 되었다. 도전하는 혁신가였던 이 회장은 선구자가 되는 리스크를 온몸으로 맞으며 젊은 날을 아낌없이 불태웠다.

장학금 전달

시련의 외피(外皮)로 단단해진 단련의 시간들

40년 전 너무 앞선 사업이던 홈자동화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고 열정과 의지를 결집했지만 상용화되기에는 수요와 공급의 간극을 넘지 못했다. 기계공학과 출신인 그의 앞서가는 창의력이 돋보이는 아이템이었지만 시대의 요청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홈자동화사업이 지금은 시대적 흐름을 관통하고 있지만 40년 전에는 미래 세계를 빌려오는 장르로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시대를 앞선 사업의 진위를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무리수를 동반했다. 당시만 해도 자동화 시스템은 외부에서 전화로 집안의 전열기구등을 구동시키는 혁신적인 아이템이었는데 너무 앞선 문화라 일반적인 보급 상품으로 수요층을 확보하기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을 담보로 했다.

행복담기(주) 이기용 회장

그를 믿고 자금과 인정을 차용해 준 지인들에게 빚을 지고 후일을 도모하는 결단을 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큰아들은 고국에 남아 이 회장에게 심리적 담보가 되어 이 회장의 행보에 격려와 숙제로 동시에 다가와 오늘은 희망, 내일은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자본금의 형성과정이 여러 사람의 투자와 차용금등이 적립된 상황이라 회사가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으면서 원성은 기본이고 차용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난국에 처했다. 살면서 우리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본의와 상관없이 도리가 없는 상황들에 직면한다. 불순한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결과는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야기된 문제는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서른 살 무렵 혁신가였던 그가 처한 입장이 바로 진퇴양난이었다.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일본행을 감행했다. 우연히 장구와 북을 수제로 만드는 곳에서 장구와 북을 사서 들고 일본으로 떠났다. 이유는 하나, 들고 간 장구를 팔아서 경비로 쓰겠다는 원시적인 복안이었다. 그 북을 들고 오사카를 도는 와중에 일본에서 은인을 만났다. 동지사대에 다니던 학생이 한국에서 온 방랑객에게 숙식을 제공해주고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에게 보여준 인간애가 당시의 그를 살렸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일은 거창한 구호나 뭉칫돈이 아님을 낯선 일본 땅에서 한 젊은이를 통해 배웠다. 그의 삶에서 나눔과 공유가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도 그 시절을 살던 때 받았던 후의들이었다.

짧은 일본 체류기간이었지만 절박했던 시기라 일본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진을 뺏고 그 때 습득한 일본어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회사 직원들과 일본 전시회 등 출장을 가면 그가 일본말로 소통을 한다. 벼랑 끝에 섰던 그의 과거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아픔 없이 성장할 수 없고 오히려 그 시간이 후일을 기약하며 다른 성장을 도모한다.

죽음의 면죄부, 벼랑 끝에 서서 다시 일어나다

일본에 체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청년에게 기사회생은 난공불락이었다. 한국에서 아내가 곤경에 처한다는 소식을 수시로 접했고 일본에서의 생활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기댈 언덕이 하나도 없던 그는 다시금 결단을 하게 된다. 살려고 애쓰던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스스로 죽음 이라는 최후통첩을 본인에게 전달했다. 오가던 길가 간이역의 기차 시간을 미리 확인해두고 기차가 지나는 찰나에 육교위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죽음의 설계도를 그렸다.

죽음을 고민하는 동안은 아내와 아이 생각에 몸서리쳤지만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맞는 죽음은 절망이 아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그 희망의 정체는 살려는 의지와 무관하다. 단지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희망을 가장한 착각이었다. 육교에서 서쪽해가 떨어지는 저녁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의 희망도 서산에 지는 해처럼 기울어지고 사라졌다.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지만 그는 의도와는 달리 살려졌다. 죽음의 운명을 그가 선택할 수 없어 너무도 다행스럽게 그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 시간에 열차는 지나지 않게 되었다. 늘 그 시간을 지나던 열차는 그날 마침 간이역에서 잠시 정차했다. 역무원들의 고함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플랫폼으로 끌려나왔다. 무모한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내몰렸다.

죽음으로 면죄부를 얻고 싶었지만 그조차 뜻대로 되지 않아 다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절망 끝에 스스로를 세워본 사람은 동변상련의 아픔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더, 세상의 약자들에게 후의를 베풀고 공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회사의 성장과 비례해서 사회에 나눔과 봉사로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있는 이 회장의 연혁이 지난 시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기사회생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아내와 함께 공주 탄천에서 고립의 생활을 시작한다. 세상에 나와 맞설 용기도 사그라지고 삶의 에너지도 소진 되어 공주 탄천 깊은 산으로 숨었다. 살아내자니 고립의 시간을 견뎌야했다. 아내와 아들, 그를 도와준 사람들을 향한 부채의식은 날로 커져가고 자신감은 반비례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매일 들여다보면서 그것이 본인임을 인식하고 서글펐지만 더 이상 그대로 멈출 수 없어 다시 기사회생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다. 탄천에서 그의 사업에 작은 물꼬를 터준 험지의 효자는 산삼도 인삼도 아닌 칡뿌리였다.

홈자동화시스템 사업 당시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사업자금을 융통해주셔서 갚지 못하고 있을 때라 선생님 댁 현관 앞에 칡뿌리를 슬쩍 갖다 두고 죄송한 마음에 무거운 발길을 돌리곤 했었다. 결국 칡을 놓고 가는 이의 존재가 궁금했던 선생님께 그의 존재가 알려지는 시간이 왔다.

선생님께는 칡뿌리 중 제일 좋은 부분을 골라서 깨끗이 닦고 몰래 갖다 두었다. 칡 손질을 정성스럽게 다 하는 것 외에는 보답할 방법이 없었다. 선생님께서 부채의식에 힘들어하는 이 회장에게 신탄진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해볼 것을 권유해주시면서 새로운 방안들이 모색되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시장에서 칡즙을 팔기 시작해 청주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약수터에서 칡즙을 팔면서 우유배달처럼 칡즙을 배달해보기로 했다. 생 칡즙을 파우치에 담고, 살균의식이 없을 때라 얼음을 채워서 배달을 시작했다. 100집 배달이 꿈이었지만 막상 시작하면서 의도치 않은 고객과의 불협화음이나 소소한 장해물들을 만나게 되었다. 인생 자체가 순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직면하게 되면 누구나 극복하려는 몸부림에 속을 끓이고 육체의 힘까지 소진하게 된다.

중국에서온 바이어들

한증막이 유행하던 25여 년 전 칡즙을 들고 시장개척을 시작했고 인생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듯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칡즙을 판매하러 가면 한증막에서 일하던 여사님들이 계란을 구워주는데 새로운 입맛에 곧 사업으로 연결하게 되었다.

기계공학과 출신답게 구운 계란 기계를 만들어서 제대로 만들어본 구상을 하게 된다. 시골에 가 부서진 고추 건조기를 20만 원에 사서 기계를 손보고 맥반석 계란을 탄생시켰다.

보은(報恩)의 선순환, 세상을 이롭게 하다

홈자동화시스템 사업을 할 때 그에게 3천만 원을 빌려주었던 고마운 친구에게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정산도 확실하게 해주었다. 인생은 등락이 교차하는 무대라 그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시 도움을 주면서 희비의 쌍곡선을 같이 그렸다. 친구에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이 너”라며 용기를 주면서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닭 가공공장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그 친구가 본인공장의 반을 뚝 떼어 주면서 처음으로 모양새를 갖춘 난(卵)가공 사업을 하게 되었다. 사회적 선순환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아내가 1인 몇 역을 대행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해냈는데 계란을 삶고 소금을 일일이 따로 분리하면서 아내의 수고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소금을 넣는 공법을 사용하면서 아내의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문제는 보존이었다. 소금간이 배인 계란을 납품하면서 사업 확장을 기대했는데 계란 안에 소금간이 배이면서 미생물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되어 여름의 따뜻한 기온에서는 발효가 되어버렸다. 슈퍼에서 구운 계란이 펑펑 터져 한바탕 아수라장이 되었다. 실패 없이 결과를 낼 수 없는 건 불변의 이치다. 이 회장 또한 어설픈 시간을 담보로 오늘에 이르렀다.

직원 노래방
직원휴게공간

가공란의 판로는 당연히 개척이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희열을 맛본 후 부터는 사업의 가속도가 붙어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었다. 때때로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사업의 최전선이 타격을 볼 수밖에 없지만 무방비 상태로 직격탄을 맞지 않았다. 끊임없이 시스템을 정비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나간다. 이제 국내 점유물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려고 한다. 미주 개척의 의지를 표방하는 이 회장은 “거품 나는 음료수를 깡통에 넣어서도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데 최고급 영양 먹거리인 훈제계란을 못 판다면 자존심의 문제”라고 했다.

아시아를 벗어나 미주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이 들고 오는 승전보는 가죽 벗겨진 그의 오래된 친구, 검정색 서류 가방에 담겨올 것이다. 어제의 이기용과 오늘의 이 회장, 그리고 내일의 그가 만들 청사진은 ‘견뎌낸 자’의 감격스러운 전리품이다. 덤으로 혹한을 넘기고 봄을 맞이한 우리들에게도 따뜻하고 유쾌한 봄의 전령사로 다가올 것이다. 반가운 봄 손님, 행복담기(주)의 이기용 회장!

행복담기(주) 이기용 회장

행복담기(주) 회사연혁

2025년 총매출규모 1000억 원을 목표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

2020
SBS모닝와이드에 행복담기가 ‘착한기업’으로 소개
4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 ‘행복담기’ 소개

2019
반숙란 신규브랜드 런칭-에그모닝
훈제란과 반숙란을 동시에-신제품 ‘훈숙이’
불닭소스 훈제란, 불닭소스 반숙란 출시

2018
산란계 양계농장 사업에 진출

2017
메추리 농장 사업추진(청산농장, 예산농장)

2016
신제품 출시:훈연반숙란, 푸딩류, 계란찜, 믹스계란장조림, 허니맛계란)

2015
LOHAS인증(깐메추리알), ISO22000인증(옥천공장)
HACCP인증(국내최초 알가열성형제품)
농장사업 추진

2011
훈제오리알 제조방법 특허등록

2010
푸딩 생산설비 옥천공장 도입

2008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농림부 HACCP인증, 서원대 RIC센터 협정

2007
대전공장 인수, 국내HACCP추진, 경영혁신기업 인증
대한민국 컨설팅혁신 산업지원부 장관상 수상

2005
INNOBIZ인증, 외국HACCP도입
계란 2차 가공설비 개발 및 도입

2004
우량기술기업 선정(기술보증기금)

2002
ISO9001 인증, 벤처기업 인증

2000
법인설립

1998
훈제란 개발 및 생산(특허등록)

1995
맥반석 구운 계란 개발 및 생산(특허등록)

1992
대두그린 창업(음료가공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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