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
승인
2024.04.04 16:27 | 최종 수정 2024.04.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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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같이하자는 너의 말에
그래야지 그래야지 얼른 대답했지만
못 먹어 허기진 세월 아니니
어떤 식탁에는 수저보다 먼저
절여진 마음이 차려지리라
애꿎은 입맛까지 밥상머리에 오른다면
한 끼 밥은 한 술 뜨기도 전에
목부터 메는 것,
건성으로 새겼던 약속이
숟가락 그득
눈물 퍼 담을 것 같아
괜한 걱정으로 가슴이 더부룩해진다
―
흔히 우리는 우연히 만나 언제 밥 한 끼 하자 한다. 언제 어디서 몇 시가 아닌 기약도 없는 건성의 인사말. 친구는 많은데 친구가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라면 국물에 찬밥 한 공기 마는 아버지의 뒷모습. 마주 앉아 숟가락 가득 마음의 눈물을 뜨다 목이 메는 그런 그리운 친구 하나 뵈지 않는 혼밥 혼술은 또 어느 세상의 쓸쓸한 광경을 퍼 담은 것인지.
김명인
<동두천>, <머나먼 곳 스와니>, <물 건너는 사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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