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감동을 주는 삶

김종진 작가 승인 2024.04.09 13:34 의견 0

요즘 우리나라 각지에 꽃이 만발하다. 봄 꽃 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꽃 없는 축제가 되기도 하고, 봄꽃이 아닌 눈꽃의 축제가 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 문제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내가 쓴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을 보니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은 사진이 보인다. 그런데 올해는 도솔산의 진달래가 느지막이 조심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다 떨어진 꽃 축제에 가서 실망하는 모습이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 실리기도 했다. 해마다 같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정신없이 왔다가다 하고 기온이 들쑥날쑥, 오락가락한다.

우리나라 회전식 수동 연필깎이 중 가장 대중화가 잘 된 (주)티티경인 하이샤파 연필깎이는 평생 AS가 가능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연필깎이는 부잣집에서만 사용했다. 나는 칼로 연필을 깎아 썼다. 연필 깎는 느낌도 좋았고 뭉뚝한 연필보다 뾰족한 연필이 글씨도 잘 써져 사각사각 깎는 즐거움을 느꼈다. 요즘 학생들은 집에도 학교에도 연필깎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30여 년 전 내 아이들에게 연필깎이를 사 주고 오래 썼는데 손잡이도 고장이 나고 연필이 약하게 깎였다. 손 때 묻은 오래된 물건이라 버리지도 못했다. 연필깎이 요정이라 불리는 담당자는 칼날을 제외하고 모든 부품들을 무상 수리해 보내준다. 나는 고장 난 연필깎이 두 개를 보냈는데, 두 개 모두 손잡이와 고무 캡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택배비 3,000원 입금 후 잘 깎이는 연필깎이와 수리 내역서가 왔고 직접 쓴 캘리도 왔다. ‘긍정의 힘,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요즘 무상 수리에 대한 소문이 나서 수리하는 양이 엄청 늘었다고 하는데, 바쁜 시간 내서 쓴 켈리도 감사하고 무료 AS를 받은 후에도 20년을 더 쓴다고 하니 더욱 감동이다.

환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나는 재작년부터 옷을 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몇 가지 예외는 있다. 절대제품, 절대가격 대중 명품을 지향하는 애터미에서 일 년에 한두 번 생방송으로 나오는 제품 중에 꼭 필요한 것이나 생일이나 기념일에 남편 선물은 받기로 했다. 학생들 환경오염에 관한 수업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공부하고 내가 실천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보다 옷 쓰레기가 더 많다고 한다. 산더미처럼 버려지는 옷들, 옷장에 옷은 쌓여있는데 입을 것이 없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들, 옷을 안 사겠다 결심하고, 말을 하고 다니며 사지 않고, 있는 옷들 중에서 깨끗하게 세탁해 단정하게 다려입는다. 빨래도 자주하는 편이 아니다. 물과 전기, 세제를 아끼기 위한 나만의 행동이다.

하이샤파 연필깎이는 제품이 좋다. 칼날을 제외하고 무상 수리를 계속 해 주니 한 번 사면 영원하다고 해야 할까. 진정한 고객 감동을 느낀 소비자들은 그것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소개하고 계속 번창하기를 바랄 것이다.

회사는 몇 년 지나면 재구매해야 하는 제품보다 오래 쓰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싸게 공급하며 고객 만족시키는 평생 서비스를 하고, 개인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 갖도록 하자. 물건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게 가짐으로써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미니멀한 삶, 스스로에게 꽃향기처럼 감동을 주는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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