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

하늘로 가는 계단, 삼선계단과 금강구름다리의 짜릿함에 빠지다

소천 정무영 승인 2024.04.09 13:42 의견 0

대둔산(878m)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운주면과 충청남도 논산시 양촌면,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지역에 걸쳐 있는 웅장한 바위와 산세가 절경인 도립공원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1977년 3월에, 충청남도는 1980년 5월에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노령산맥 줄기가 김제의 만경평야를 향하다 금산지역에서 독립된 산군을 이루며 절경을 이룬 곳이 대둔산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은 정상인 마천대(878m)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은 여러 산줄기가 어우러져 칠성봉, 장군봉 등 멋진 암봉을 이루고, 삼선바위, 용문골, 금강통문(동심암, 금강암, 약수터, 삼선암, 왕관암, 마천대) 등 사방으로 기암괴석과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산세가 수려하다. 마천대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낙조대에 이르는 구간은 특히 장관으로 이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 광경이 일품이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1977년 관광객을 위해 ‘케이블카’와 ‘금강구름다리’ 등이 설치되어 새로운 명물이 되었으며 1985년, 2021년 두 차례 다시 건설되었다. 5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승차장에 내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금강구름다리’인데 이는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를 가로질러 놓은 것으로 높이 81m, 길이 50m다. 대둔산에는 또한 진산의 태고사(太古寺), 운주의 안심사(安心寺), 별곡의 신소운사 등의 유서 깊은 사찰도 남아 있다. 산세가 비교적 큰 편이며, 기암괴석과 계곡, 폭포가 있어 볼거리가 많다.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은 바위능선들이 있는데, 거기에 수목이 어우러져 경관이 뛰어나다. 최고봉인 마천대(摩天臺)는 문지를 마(摩), 하늘 천(天)을 써서 ‘하늘에 닿는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라 한다. 날씨가 좋으면 마천대에서 북쪽으로는 계룡산과 대전 시가지가, 남동쪽으로 진안군 마이산이, 서쪽으로 부안군 변산이 보인다. 겹겹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대둔산은 산 자체의 경치도 빼어나지만 주봉인 마천대와 제2봉인 낙조대의 경관이 빼어나기도 하면서 다양한 암벽등반 코스가 있어서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대둔산의 명소가 3개 시군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점 또한 재미있다. 완주군 운주면의 명소는 대둔산 ‘케이블카와 마천대’가 그것이고, 논산시 양촌면의 명소는 ‘대둔산 수락계곡’이다. 금산군 진산면의 명소는 ‘천년고찰 태고사와 제2봉 낙조대’로 암봉과 암벽으로 이루어진 대둔산의 산세를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생애대(735m)가 있다. 특히 낙조대(落照臺)에 오르면 멋진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 일반 등산객들은 10, 11월에 단풍 구경하러 가장 많이 대둔산을 찾으며, 꽃피는 봄이나 눈 내리는 겨울에도 경치가 좋아서,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여름이 되면, 녹색의 나무로 울창한 한국의 많은 산들과 비슷해져서, 지역 등산객을 제외하고는 타지역 관광 등반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기도 한다. 케이블카를 타면 정상 근처까지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고, 대전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서 대전 시민들이 당일 근교산행으로 많이 찾는다. 가까이 배티재(이치)가 있는데 이 고개는 17번 국도 상에 있으며 임진왜란 때의 이치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대둔산휴게소에는 이를 기념한 이치 전적비도 만들어져 있다.

대둔산의 원래 이름은 ‘한듬산’이었다. ‘듬’은 두메, 더미, 덩이, 뜸(구역)의 뜻으로 한듬산은 ‘큰 두메의 산’, ‘큰 바위덩이의 산’을 말한다. 한편, 한듬산의 모습이 계룡산과 비슷하지만 산태극 수태극의 큰 명당자리를 계룡산에 빼앗겨 ‘한이 들었다’ 해서 ‘한듬산’이라는 유래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름을 한자화하여 ‘한’은 대(大)로 고치고 ‘듬’을 이두식으로 가까운 소리가 나는 둔(芚) 또는 둔(屯)자로 고쳐서 대둔산이 된 것이라 한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금강구름다리

한동안 수락계곡을 주 등산로로 늘 단풍을 즐기러 대둔산을 찾곤 했는데 오늘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를 핑계로 케이블카의 낭만을 좇아보기로 하고 느지막이 대둔산으로 출발한다. 어릴 적 추억이 있는 시골 마을을 지나 구불구불 고개를 오르면 대둔산이 올려다보이는 대둔산(진산) 자연휴양림 대둔산숲속휴게소가 맞이한다. 몇 해 전에 이곳 휴양림에서 직장동료들과 함께 짚라인을 타던 기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손에 닿을 듯이 보이는 대둔산 능선을 올려다본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산정에 남아 있는 듯 정상이 하얗다. 눈 내린 대둔산의 하얀 설산은 수락계곡 단풍 못지않은 백미라 할 수 있다. 휴게소에서 운주 쪽으로 내려가면 대둔산입구 주차장이다. 어릴 적 오르던 길은 그대로이고 편의시설과 주차장은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있다. 추억의 금강구름다리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무서움인가? 몇 번을 다시 가도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은 짜릿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삼선계단을 올라 마천대에 오른다. 정상능선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길이 미끄럽다. 여유롭게 조망을 즐기고 서둘러 낙조대로 향한다. 낙조대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눈길이다. 미끌미끌 방심하다 엉덩방아를 찧는다. 주저앉은 김에 쭈르륵 즐거운 미끄럼을 타본다.

낙조대에 올라 조망을 누리고 낙조산장 양지바른 데크에 앉아 마천대를 바라보며 점심을 즐기고 산장에서의 추억도 떠올려본다. 하산길은 칠성봉, 용문굴, 장군바위길로 대둔산 속살을 들여다보고 927m 5분 다시 케이블카로 내려간다. 쌀쌀한 날씨에 어묵 국물의 유혹에 상가 마지막 호떡집에서 어묵 국물 한 컵에 호떡 하나를 주문하고 주인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대둔산호텔은 물이 좋아 사우나가 유명하다고 하시고, 둘레길로 조성된 은하수길도 추천해 주신다. 다음 기회에는 목욕용품을 챙겨와서 은하수 둘레길을 돌아보고 물 좋다는 사우나를 즐겨봐야겠다. 어릴 적 살던 곳이 가까이라 전원주택 분양사업을 하시는 형님한테 들러 차 한잔 마시고 통닭구이 한 마리 얻어 들고 해질 무렵 귀가한다.


대둔산 케이블카

이용시간(연중무휴): 주중 09:00~17:00(매표마감 16:40), 주말 09:00~17:20(매표마감 17:00)
이용요금: 왕복 대인 15,000원, 소인 11,500원 / 편도 대인 12,000원, 소인 9,500원
문의 및 안내: 대둔산케이블카 063-263-6621~2, 관리사무소 064-263-9949
http://www.daedunsancablecar.com

대둔산 짚라인

이용시간: 하계(4~11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 동계(12~3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
이용요금: 성인 40,000원, 단체(10인 이상) 36.000원, 탑승거리 1,500m
휴무일: 유동적, 홈페이지 확인(짚핑코리아 짚라인 http://ziping.co.kr)
사전예약 및 문의: 당일 예약 불가(1644-8713)
찾아가기: 내비게이션 짚핑코리아 041-753-8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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