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완시인과 함께하는 그림책 산책 『프레드릭』& 『린드버그 하늘을 나는 생쥐』

이해완 시인 승인 2020.01.14 15:01 | 최종 수정 2020.01.14 16:24 의견 0

| 2020년 경자년 쥐띠 해를 맞아, 생쥐가 등장하는 그림책 두 권을 준비했습니다. 50세라는 늦은 나이에 첫 그림책을 발간하여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된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과 졸업 작품으로 준비했다가 책으로 출판되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토르벤 쿨만의 『린드버그 하늘을 나는 생쥐』입니다.

 

『프레드릭』

글 : 레오 리오니

그림 : 레오 리오니

출판사 : 시공주니어

레오 리오니는 손주들과 기차를 타고 가다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잡지를 찢어 즉흥적으로 들려줬던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때가 그의 나이 50이었다고 하니, 작가로서는 늦은 나이였음에도 그림책 세계에는 엄청난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1910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레오 리오니는 샤갈의 원화인 ‘바이올린 켜는 사람’를 집에 걸어 놓고 감상할 정도로 부유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적 레오 리오니는 무엇이든 모으기를 좋아해서, 온갖 종류의 동물과 식물, 물고기, 조약돌, 조개껍데기 들이 방에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레오 리오니의 책 속에 달팽이, 쥐, 뱀 등이 그림책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이와 같은 추억 때문일 겁니다.

레오 리오니의 집 근처에는 두 개의 유명한 미술관이 있었는데, 미술관까지 걸어가서 작품을 모사하며 습작을 했습니다. 또한 미술 수집가이자 건축가인 두 삼촌과 피카소, 미로, 모딜리아니, 막스 에른스트, 키르코 등의 작품을 직접 보고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1999년 89세의 나이로 그의 집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그림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보여준 레오 리오니는 40여 권의 책을 펴냈는데, 『프레드릭』, 『꿈틀꿈틀 자벌레』, 『새앙쥐와 태엽쥐』, 『으뜸 헤엄이』 는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레오 리오니는 어린이를 독립된 주체로 보고 그들의 독립된 자아의식을 중시했습니다. 『프레드릭』에는 그러한 작가 정신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고유한 사고를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과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색채의 아름다움은 읽는 이에게 아늑한 인상을 남깁니다.

『프레드릭』은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멋지게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솝이 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레오 리오니는 정신의 중요성에 무게 중심을 둔 듯합니다. 여기서는 예술가 중 시인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헛간과 곳간에서 가까운 돌담에는 수다쟁이 들쥐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작은 들쥐들은 겨울을 대비해서 밤낮없이 옥수수와 나무 열매, 밀과 짚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단 한 마리, 프레드릭만 빼고요. 『개미와 베짱이』에서 개미들이 일할 때 노래만 부르는 베짱이처럼요.

그렇지만 모아둔 양식이 떨어져 모두들 추위와 굶주림에 힘들어할 때, 프레드릭은 그동안 모아두었던 햇빛과 색깔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친구들은 박수를 치며 프레드릭에게 “넌 시인이야!” 하고 말해줍니다. 프레드릭도 대답합니다. “나도 알아.” 하고 수줍게 말하는 프레드릭의 앙증맞은 모습은 누구라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 책 『프레드릭』은 콜라주 기법을 이용했는데 아주 부드럽고 밝고 따뜻한 색채와 단순한 선으로 절제미를 잘 살린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또한 그림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감각적인 인상을 받습니다. 그래서 『프레드릭』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뿌듯해집니다.

 

『린드버그 하늘을 나는 생쥐』

글 : 토르벤 쿨만

그림 : 토르벤 쿨만

옮긴이 : 윤혜정

출판사 : 책과콩나무

인류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 했는지는 그리스 신화를 보면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최고의 과학자이며 발명가인 다이달로스가 그의 아들 이카루스와 한 번 들어가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인 라비린토스에 갇혔을 때, 그는 새들을 보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새들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완성하고는 다이달로스가 아들 이카루스에게 이르기를 너무 높게 날지도 말고 너무 낮게 날지도 말라고 합니다. 너무 높게 날면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버리고, 너무 낮게 날면 습기에 날개가 무거워져 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날게 된 이카루스는 신이 나서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르다 그만 추락하여 바다에 빠져 죽고 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때 정평구라는 분이 비거라는 비행 물체를 만들어 진주 싸움에서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고성에 갇혀 있던 성주를 구출했다는 기록도 보입니다.

이 책은 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욕망을 대변하는 그림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927년 뉴욕-파리 간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입니다.

영리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생쥐 한 마리가 책에 빠져있는 사이, 친구들은 쥐덫을 피해 머나먼 자유의 땅, 미국으로 떠나 버립니다. 뒤늦게 자신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가고 싶은데 항구에는 무서운 고양이들이 증기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생쥐는 박쥐들이 나는 모습을 보고 비행기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오토 릴리엔탈처럼 행글라이더를 만들어 시험비행에 나서지만, 행글라이더는 순식간에 힘을 잃고 증기 기관차 옆으로 추락하고 맙니다. 그러다 생쥐는 자신의 첫 비행기에 증기 모터가 빠진 것을 알게 되고, 수많은 부품을 모아 라이트 형제처럼 바람이 아니라 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두 번째 비행기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비행기도 무게를 이기지 못해 얼마 날지 못하고 추락하면서 인간들에게 발각됩니다. 그리고 곧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부엉이들까지도 이 생쥐를 노립니다. 추적자들의 눈길을 피해 부품을 모으고 비행기를 만드는 일이 더욱더 힘들어집니다. 그렇게 실패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찰스 린드버그의 ‘세인트루이스의 정신’호처럼 제대로 된 비행기를 만들게 되어, 마침내 자유의 땅으로의 모험에 나선다.

『린드버그 하늘을 나는 생쥐』는 인류의 비행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 또한 훌륭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르벤 쿨만은 이 작품에서 젊은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20세기 초 유럽의 도시와 사람들의 생활상, 비행기의 발달 과정을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구현해 냈다고 합니다. 특히 책을 열면 바로 나오는 면지의 연필 스케치들은 비행술의 역사를 한눈에 정리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 이러한 그림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수많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비행기를 만들어 자유의 땅, 미국으로 향하는 생쥐의 모험 이야기는 어린이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 것입니다.

 

● 이해완 약력

- 시인
- 시집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 선에 선정되어 『내 잠시 머무는 지상』 태학사 발간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지원 작품에 선정되어 『수묵담채』 고요아침 발간
『한국을 움직이는 인물들』 수록, 중앙일보 발간
- 전) 대전 시민대학 동화창작 강의
- 한국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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