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성의 캐리커처] 공산성 錦西樓에서

조희성 생활미술아카데미 원장 승인 2020.04.07 15:54 의견 0

3월 들어 여기저기 싹이 돋아나고 매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할 무렵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의 틀 밖에 격리된 채 세상이 올 스톱돼 누구를 찾아 가기도, 부르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창살 없는 감옥’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

 

홀로 지내기에 익숙하지 않은 갑갑함이 더해 우울한 마음 어찌 못하고 스케치북을 챙겨 마스크, 장갑으로 무장하여 버스에 몸을 싣고 공주로 향한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에 춘색이 돋으며 훈훈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생명의 꽃이 피어날 화창한 봄이 머지않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금빛 물결 금강길 따라 공주 산성동 종점에 내려 공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여기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매표소는 문을 닫고 철수하여 입장권을 사지 않고 무사통과하였다.

 

공산성 금서루


마스크를 똑같이 쓰고 가볍게 산책 나온 인근 주민인 듯한 일가족과 함께 걸으며 금서루(錦西樓)로 향하는 성벽 앞에 이르니 바람에 나부끼는 사신도(四神圖) 깃발이 그 옛날 백제인의 기상을 느끼게 한다.

사적 제12호인 공산성은 표고 110mm의 구릉 위에 석축과 토축으로 계곡을 둘러쌓은 산성이다. 475년 백제 문주왕 때부터 사비로 옮기기까지 백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축조되었다.

공산성 금서루는 1993년 본래의 자리에서 남쪽으로 이동하여 복원한 공산성 4개의 성문 가운데 서쪽 문루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주 공산성을 단색의 단조로운 선을 위주로 그리는 것은 수원화성에 이어서 우리의 문화를 현장에서 직접 그려보는 소묘작업을 통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都會素描이다. 체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이 문화예술을 대중화시키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테마로 펜 하나로 그린 작품을 모은 전시로도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몇 시간 동안 마스크까지 쓰고 서서 스케치 하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인근 바지락 칼국수식당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마스크 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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